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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혈압의 합병증

5,665 2016.07.05 17:47

본문

손상된 동맥혈관은 합병증을 부른다. 

 

 고혈압은 대개가 말초 소동맥이 긴장되어 혈류에 대한 저항이 높아져서 말초동맥보다 큰 혈관 내의 압력이 높아진다. 높아진 혈압이 말단 조직의 관류에는 도움이 되지 못하는 반면 큰 혈관에서는 혈압만 높아서 혈관 벽의 긴장이 계속되므로 결과적으로 혈관의 손상을 가져온다. 소동맥에서는 혈관 벽의 변성을, 그 이상의 크기의 혈관에서는 죽상동맥경화를 가져와서 말단 장기에 손상을 입히고 여러 합병증을 야기한다.

 

 우리 몸의 장기는 동맥혈관이 없는 곳이 없으므로 고혈압에 의한 동맥혈관의 손상은 심장, 뇌, 신장, 사지혈관 등 거의 모든 중요한 장기에 손상을 가져온다. 고혈압이 더 진행되어 악화되면 고혈압성 심장질환, 관상동맥질환, 뇌혈관질환, 대동맥질환, 만성 폐쇄성 동맥질환, 악성 고혈압 및 신장 합병증, 고혈압성 망막병증 등 생명을 위협하는 합병증을 초래한다.

 

 2003년 5월에 발표된 미국고혈압학회(JNC)의 7차 보고에 의하면 혈압이 상승할수록 심근경색, 심부전, 뇌졸중 및 신장질환이 발생할 확률이 높아지는 것으로 보인다. 40-70세 성인에서 혈압이 115/75mmHg에서 185/115mmHg 범위에 해당되는 경우 수축기 혈압이 20mmHg 증가하거나 확장기 혈압이 10mmHg 증가할 때마다 심혈관계질환의 위험이 2배 가량 상승한다고 발표하였다. 이에 비해 고혈압 치료를 잘 해서 혈압을 목표 수준으로 조절할 경우 뇌혈관질환의 발생률은 35-40%, 심근경색 발생률은 20-25%, 심부전은 50% 이상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다. 

 

1. 좌심비대, 심부전

 

 고혈압의 합병증 증상은 손상된 장기의 기능 저하의 정도에 따라 다양하게 나타난다. 대표적인 고혈압성 심장질환으로 좌심실 비대로 인한 좌심실부전이 있다. 주된 증상은 운동 중에 느끼는 가벼운 호흡 곤란인데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다가 점차 일상생활에 지장을 줄만큼 진행을 하고 심하면 잠자는 중에 숨이 차서 일어나기도 한다. 

 

 혈압이 높으면 이에 맞서서 심장이 수축해야하므로 심장의 할 일이 늘어나서 심장 근육이 두꺼워진다. 이에 따라 심장은 훨씬 힘들게 일을 하게 되어 처음에는 온 몸에 피를 보내는 펌프의 기능을 강화시켜 역할을 담당한다. 치료하지 않은 상태로 고혈압이 지속되면 마침내 심장 근육이 지쳐서 늘어지고 펌프의 기능도 감소하여 심장기능은 저하되고 심박출량도 감소한다. 이러한 기능 저하는 심장으로 하여금 인체에서 필요로 하는 혈액을 방출할 수 없게 만들어 심부전 상태에 이르게 한다. 고혈압 환자의 치료 시작과 중간에 심전도와 흉부 X-ray를 정기적으로 검사하는 것이 좌심비대를 알아보기 위함이다.

 

2. 협심증, 심근경색증

 

 심장은 증가된 혈관 내의 압력에 대항하여 수축해야 하므로 고혈압에 의한 심장질환은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고혈압 환자에서는 동맥경화증이 촉진되는 경향이 있어서 혈압이 높은 채 지속되면 심장 근육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혈관에 죽상동맥경화증이 발생하여 혈관이 좁아져서 심장 근육에 충분한 피의 공급이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를 허혈성 심질환이라고 하고 협심증, 급성 심근경색증이 대표적이다. 

 

 협심증의 주된 증상인 가슴 통증은 몇 초에서 몇 분이 지속되다가 완화되는 것으로 심장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못해 발생한다. 고혈압이 동반된 협심증은 철저하게 치료하며 금연과 적절한 체중 유지를 하도록 한다. 조절되지 않는 고혈압은 가슴 통증을 촉진하는 인자로 작용하므로 혈압 조절이 중요하다. 급성 심근경색증은 관상동맥의 일부가 완전히 막혀 심장의 일부분에 전혀 혈액 공급이 이루어지지 못하는 병으로 환자의 상당수가 가슴 통증 발생 후 수일 내에 사망하는 무서운 병이다. 

 

 고혈압을 제대로 관리하지 않으면 이처럼 관상동맥질환으로 사망하는 사망자수가 고혈압 환자의 과반수를 차지한다. 고혈압을 치료하여 혈압을 낮추면 동맥경화증의 위험이 감소하여 허혈성 심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줄어든다. 

 

 60대 초반의 중증 비만인 남성 고혈압 환자는 식사와 운동은 병원에서 알려준 대로 따르지 못했으나 약만은 열심히 먹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부인이 와서 하는 말이 한달 전에 조카 이사하는데 거들어 준다며 짐을 몇 번인가 나르고 난 후 쉬겠다고 방에 들어 가셨단다. 잠시 후 식사하시라고 불렀더니 그만 방안에서 앉은 채로 급사했다는 것이다. 의료계에 몸담은 탓에 남들보다 많이 보고 듣는 일이건만 이런 일을 당할 때마다 마음이 무겁고 착잡해진다. 고인(故人)이나 유족(遺族)들과 안식(眼識)이 있는 경우에는 더해서 애통한 마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3. 뇌졸증(중풍)

 

 뇌졸증 혹은 흔한 말로 ‘풍 맞았다’고 표현하는 중풍이라고 하는 뇌혈관질환도 고혈압의 합병증 가운데 하나이다. 뇌에 산소와 영양분을 공급하는 혈관계 질병으로 뇌의 일부가 손상되면서 해당 부위의 뇌가 기능을 못하게 되는 경우를 중풍이라고 한다. 뇌혈관질환은 크게 뇌혈관이 터지는 뇌출혈과 뇌혈관이 막히는 뇌경색으로 나뉜다. 전에는 중풍이라고 하면 의례 나이가 많이 든 사람에게서 발생하는 것으로 여겼으나 점차 고혈압 환자수가 늘면서 한창 활동력이 왕성한 연령층의 사람에게도 발생하는 경우를 종종 대하니 안타까운 일이다. 

 

 지속적인 고혈압은 뇌혈관을 약화시키거나 혹은 선천적으로 약한 부위가 있으면 뇌혈관의 파열을 가져온다. 뇌 속에 순식간에 핏덩어리가 고이면서 핏줄이 터진 부위나 그 주위의 신경이 손상을 입어 신경마비 증상이 나타난다. 특히 숨골 부위에 출혈이 심하면 뇌 속의 압력이 높아지면서 의식이 나빠지다가 설사 회복하더라도 신경마비로 인한 심각한 후유증을 낳게 된다. 한 보고에 따르면 고혈압이 있을 때 치료를 받지 않고 방치하면 치료를 받은 경우보다 치명적인 뇌출혈이 약 7배 더 많이 발생하며 치명적이지 않은 뇌출혈은 약 4배 더 많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뇌혈관질환의 다른 하나는 뇌경색으로 뇌혈관 중 큰 뇌동맥 폐쇄에 의해 일어난다. 증상은 손상을 입은 뇌의 부위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의식장애, 언어장애, 팔다리에 마비가 오는 운동장애 등이 특징이다. 예를 들어 왼쪽 뇌에 피를 공급해주는 좌측 중뇌동맥이 동맥경화증에 의해 막히면 우측 반신마비가 온다. 

 

 혹시라도 고혈압으로 인한 뇌졸증이 의심되면 잠시라도 지체 말고 가까운 병원으로 가야 한다. 뇌 세포는 우리 몸의 다른 세포와는 달리 일정 시간이 경과하면 어떠한 치료로도 회복이 불가능하므로 시간을 다투는 병임을 명심하자. 또한 일단 뇌졸증이 발병하면 치료가 끝난 뒤에도 언제든지 재발의 가능성이 도사리고 있음을 유념한다. 뇌졸증의 원인이 고혈압인 경우 고혈압에 관한 꾸준한 관리로 다시는 뇌졸증이 재발하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더없이 중요하다. 

 

 60대 중반의 여성은 고지혈증(콜레스테롤)과 경증의 고혈압으로 간간이 치료를 받던 중 유독(惟獨) 우측 팔과 다리에 힘이 없고 어지럽다고 하여 진찰을 해보니 뇌경색이 의심되었다.  신속하게 대학병원으로 이송하여 뇌 컴퓨터 촬영을 하고 시기 적절한 치료를 받은 덕분에 현재는 중풍의 후유증 없이 잘 다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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